지난 8월 여름, SKT AI 서비스 기획 CAMP에 다녀왔다. SKT가 AI 사업에 관심 있다는 부분은 A.(에이닷)과 NUGU(누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AI 서비스 기획 프로그램 모집 공고를 발견하여 참여하게 되었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현직자를 만나고, 그들에게 내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을 들을 기회는 너무 소중한데 이 과정이 무료였다!
지원 방법은 SKT 측에서 준비한 사전 미션을 수행하고, 이를 지원서와 함께 제출하는 것이었다. 사전 미션 대상 서비스는 A.(에이닷)과 NUGU, SKT AIX 3가지 서비스가 있었는데, 심리학도로서 AI가 인간과 친구가 될 수 있는지 매우 궁금하기도 하고, GPT, Bard를 거의 매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A. 서비스 미션을 선택했다. SKT에서 A. 미션으로 제시한 것은
에이닷 유저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에이닷 고객 여정 지도를 그려보고, 분석하기
이었다. 고객 여정 지도의 경우에는 창업동아리 강의에서 들은 적이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작성해 본 경험은 이번 미션이 처음이었다. SKT 측에서 반드시 들어가야 할 요소로 1) 고객의 경험과 감정, 2) 여정 분석 기반 서비스 개선 아이디어를 꼽았으며 양식 제한은 없어서 Figma를 사용하여 제작했다.
SKT AI 서비스 기획 CAMP는 하루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을지로에 위치한 SKT 사옥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세션은 오전과 오후로 2 세션으로 나뉘었는데 오전에는 AI 서비스 기획자(주니어) 두 분의 멘토링을 들었고, 오후에는 지원자들이 사전 미션으로 제출한 고객 여정 지도에 대한 피드백을 듣는 조별 세션으로 구성되었다.
Junior 기획자와의 대화, AI 기획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서비스 기획자에 대한 관심은 있었는데, AI 서비스 기획자라는 직무가 따로 있다는 것은 본 프로그램 모집 공고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AI 서비스 기획자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서비스 기획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SKT 기준 AI 서비스 기획자 멘토의 이야기를 일부 빌리면, 서비스 기획자는 질문을 받이 받고 그에 대한 답변도 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사용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을지 규명해야 하며, 서비스의 의도와 목적을 여러 데이터 중 어떤 데이터로 보아야할지 판단하는 것도 서비스 기획자의 업무였다. 또한, AI 서비스 기획자 중 일부는 VOC(Voice of customer) 외에 VUC(Voice UX)까지 설계해야 한다.
물론 멘토들이 강조한 부분은 "서비스 기획 과정은 회사, 조직별로 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었다. 회사마다 다르다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듣긴 했지만, 그동안 만난 스타트업 서비스 기획 현직자분들과 SKT AI 서비스 기획 현직자들은 다소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1. 서비스 목적에 맞는 기능을 정의하고, 세부 정책을 정의한다.
2. 정의한 내용을 개발자 및 디자이너에게 공유한다.
3. (1-2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개발자, 디자이너에게 질문을 받는다.
4. 새로운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유관부서와 논의하면서 정책을 수정 및 보완한다.
5. 정책이 확정되면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작업을 진행한다.
6. 서비스 상용화 이전에 QA(Quality Assurance) 작업을 진행하여, 오류를 수정한다.
서비스 기획자는 개발자, 디자이너 같은 다른 직군들과 대화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끈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본문에 서술하진 않았지만 현직자로서 느끼는, 어디에서 듣지 못하는 솔직한 이야기를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다.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비해 훨씬 업무를 쪼개서 들어가기 때문에 AI 서비스 기획자가 Data 기반 의사결정과 Data를 볼 줄 아는 눈이 있는 것은 좋지만 SQL, Python을 몰라도 괜찮다는 이야기라거나, Figma를 쓸 일이 거의 없다는 말도 스타트업 이야기만 듣던 나에게는 꽤 충격적이었다(물론 회사 바이 회사, 부서 바이 부서임을 잊지 말자).
오전 세션이 끝나면, SKT 측에서 준비한 다과 케이터링과 도시락을 제공해줬다. 당일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힘들었는데, 밥이 너무 맛있었고 깔끔해서 기분 좋게 오후 세션을 준비할 수 있었다.
현직 서비스 담당자의 멘토링, 사례를 들어보자
오후 세션은 현직자가 3개의 공간에서 멘토링을 진행하여, 약 8명이 1개조로 장소를 이동하는 세션이었다. 참고로 이때 조 편성은 지원 시 제출한 사전 미션을 기준으로 팀이 구성되어 나는 A.(에이닷) 팀이었다. 내가 속한 에이닷 팀 외에 1가지 팀의 멘토링을 청강할 수 있었는데(이 부분은 임의편성이었다), 나는 AIX 팀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사전 미션에 대한 피드백은 위 사진처럼 한쪽 벽면에 지원자들의 고객 여정 지도를 임의로 붙여놓은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각자 짧게 자신이 어떤 의도로 작성했는지, 고객 여정 지도의 핵심 내용을 위주로 브리핑하는 시간도 가졌다. 2022년 5월에 공개한 GPT 기반 에이닷은 단순한 대화형 AI 서비스를 넘어서, 날씨나 뉴스 정보, 일정 관리, 사진 편집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능을 중심으로 추측해보면 10대보다 20대, 학생보다 직장인 이상의 사용자를 주 타깃으로 하지 않을까 싶어, 28세 여성 '김이다'를 가상의 페르소나로 설정한 고객 여정 지도를 제작하였다. 고객 여정은 에이닷 앱을 발견하고 다운로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앱에 대한 만족도 평가 및 피드백 제공 등의 마무리 경험까지로 설정하였다.
고객 여정 지도를 처음 작성하다보니 각 여정을 구분하고, 가상의 페르소나가 경험했을 감정과 생각을 추측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고객 여정 지도를 통해 서비스 기획자는 자신이 기획했던 것을 더 치밀하게 기획할 수 있다, 놓치고 있었던 고객의 요구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업은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처럼 직접 고민해서 작성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현직자들은 사전 미션으로 제출한 고객 여정 지도에 대한 간략한 피드백과 기획서의 프로세스, 서비스 기획 Flow를 설명해 줬다. 서비스 기획 Flow 같은 것들은 보통 서비스 기획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면 많이 나와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본 멘토링이 특별했던 점은 SKT에서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에 기반한 설명이라는 점과 SKT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면서 실제로 고민하는 것들, 좋은 부분과 아쉬운 부분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쉬운 점은 시간이 부족해서 사전 미션에 대한 현직자의 피드백이 건설적이기 보다는 많이 가벼웠다는 점이었다. 이번 SKT AI 서비스 기획 CAMP의 참여 대상은 대학(원)생이었기 때문에, 현직자 입장에서도 한 명 한 명에게 집중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보다 다소 라이트하고 아무튼 좋다는 긍정 위주 피드백이 진행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SKT AI 서비스 기획 CAMP를 통해 느낀 점
GPT가 공개된지 벌써 1년이 되었고, 지난 12월에는 구글에서 제미나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AI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과정에서 스타트업 외에 SKT 같은 대기업도 AI에 많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본 CAMP에 참여하기 이전에는 막연히 내가 가진 지식을 활용해서 세상에 없던 서비스,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IT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서비스 기획을 한다면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야겠다! 는 생각이 있었는데, 에이닷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 보고 SKT 현직자의 업무 프로세스를 들으면서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 vs. 대기업보다 각 회사에서 만드는 서비스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지 고민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에이닷은 누가 사용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서비스였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지 않는지 조금 의문이어서, 나중에 에이닷 서비스를 분석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본 CAMP는 이번이 처음 진행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세션의 구성이나, 지원자들을 맞이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잘 짜여 있어서 대기업 SKT다운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다만 하루 동안에 모든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지원자들과 네트워킹을 할 만한 시간은 점심시간이나 세션 중간에 있던 10분 정도의 쉬는 시간만 주어졌다는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도 이런 식으로 AI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AI 서비스 기획자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주니어 현직자가 일하는 방법과 서비스 기획자로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진짜 역량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혹시 내년에도 SKT에서 AI 서비스 기획 CAMP를 진행한다면, AI Campus까지 운영하는 SKT이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접할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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