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을 디깅하다

이름만 아는 100명 말고 나를 좋아해주는 3명 만드는 방법

by 김소울 2024. 3. 6.

적당히 친한 100명보다 나를 진심으로 아껴줄 수 있는 친구 3명이면 인생을 잘 살았다는 말이 있다. 팬 베이스는 이 말을 우리 서비스나 제품에 적용한 책으로, 왜 우리가 찐 팬을 잘 챙겨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출처: 한스미디어

 

 


"취향이 비슷한 사람은 최고의 확성기"

한국 사회에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이미 확정된 일이고, 그에 따라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고객의 물리적인 수도 감소할 것이 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있을 때 잘하자' 전략이다. 아예 처음 우리 제품을 보는 고객도 중요하지만, 물리적으로 고객의 수 감소가 예견된 상태에서는 찐 팬이 오래도록 찐 팬으로 남아있게끔 만들거나 기존 고객을 찐 팬으로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찐팬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찐팬의 입소문을 언급한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경향이 있는데 만약 우리 브랜드의 찐 팬을 친구로 둔 사람이 있다면, 그 친구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찐 팬에 의해 우리 브랜드의 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관여도 상품의 경우에는 찐팬인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으며, 만약 우리 상품을 떠올리지 않았던 고객일지라도 친구를 통해 진지하게 고려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일례로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사진 촬영을 취미로 하다 보니 니콘, 캐논 등 다양한 카메라를 사용해 봤는데 지금은 후지필름의 찐 팬이 되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카메라 구매를 고민하는 것을 보면 망설임 없이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후지필름의 카메라를 추천한다. 실제로 나의 추천으로 후지필름의 카메라를 구입한 사람이 주변에 3명 이상 있다. 이때 내가 추천한 카메라를 구입한다고 해서 나에게 돌아오는 물질적 이득이 없음에도, 내가 후지필름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좋은 카메라를 다른 사람들도 같이 썼으면 하는 바람에서 추천하는 것이다. 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고 싶고, 이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자발적인 영역에 해당한다. 이러한 친구 추천은 광고에 질린 사람들에게 가장 강한 어필로 다가온다.

 

 


"모두에게 사랑 받는 것을 포기하기"

파레토 법칙(8:2의 법칙)이 있다. 비즈니스 전체 고객 중 상위 20%가 매출의 80%를 담당한다는 법칙으로, 소수의 팬이 매출의 대다수를 이뤄낸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 없듯, 우리 제품과 서비스도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 없고 8:2의 법칙에 따르면 모두의 사랑을 요구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모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것저것 수정하다 보면 우리가 만든 제품의 원형은 사라지고 아무도 원하지 않은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책 [팬 베이스]는 매출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찐팬찐팬 20%가 계속 찐 팬으로 남는 것, 찐 팬이 더 자주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팬들이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지, 우리 제품의 팬이라는 사실에 자신감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인데 이때 설문조사나 FGI보다 팬미팅 개최를 추천한다. 팬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게 되면 그들도 막상 본인이 지지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뭘 좋아하는지 확실히 대답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에 자신과 비슷한 팬들을 만나게 하는 팬미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효과적인 팬미팅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이야기하는데, 일부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홈페이지를 통한 공개 모집은 지양하기
팬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단순 호기심으로 참여할 수 있다. 공개 모집이 필요하다면, 귀찮을 정도의 절차를 마련해서 팬심이 강한 사람을 모아야 한다.

2. 참여 인원은 20~50명
50명 이상부터는 단순한 파티가 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mc 대신 직원 중 팬심이 강한 사람이 사회를 맡는 것이 좋다.

3. 개발 담당자, 제조 담당자와의 대화 시간 마련하기
찐팬들은 팬미팅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비하인드 스토리, 고생담)를 매우 좋아한다.
담당자는 찐팬과의 만남을 통해 신제품 개발 의욕을 고취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기회가 된다.

4. 팬 인증서를 수여하거나, 기억에 남는 기념 촬영 등 특별한 경험 제공하기
팬들은 기업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팬이라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팬미팅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팬이 되길 잘했다'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갖게 만든다.

5. 팬미팅 결과를 반드시 활용하기
팬미팅은 단순히 진행이 끝났다고 해서 종료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팬미팅이 끝난 이후부터 본격적인 업무의 시작이다. 팬의 의견을 기반으로 상품과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고, 팬들이 이후 SNS에 어떤 글을 썼는지 추적해야 한다.

 

꽤 흥미로운 부분이라서 우리 제품의 찐팬 만들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원문을 읽어보길 바란다. 이외에도 책 [팬 베이스]는 신규 고객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에 대해 비판하는데, 신규 고객 대상 이벤트는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동안 우리 제품을 사랑해 준 팬에게 어떠한 보상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단순히 팬을 잘 챙겨야 하는 방법만 기술하지 않고, 우리가 팬에게 왜 주목해야 하는지를 제시함으로써 설득력 있는 말하기를 누구보다 잘 하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팬을 일반 팬과 코어팬으로 나누면서 본인의 상황에 따라 첫 번째 팬을 만드는 방법부터 팬을 코어팬으로 만드는 전략까지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는 찐팬을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가?를 돌아보게 된다. 대부분은 콘텐츠에 팬의 이름을 직접 넣어서 불러주거나,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을 활용해서 팬들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팬의 참여도를 올리거나, 굿즈를 제작 및 제공했던 경험이었다.

 

가장 찐팬을 적극적으로 모은 활동이 '사이사이 뉴스레터 모니터링단'이었다. 모니터링단은 뉴스레터 구독자 중 직접 뉴스레터 제작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운영된 프로그램이다. 모니터링단과 운영진이 만나는 기회를 주기적으로 가지면서 발행된 뉴스레터의 콘텐츠가 어렵지 않은지, 뉴스레터의 디자인은 어땠는지 등의 피드백을 받은 기억이 있다. 또한, 모니터링단 참여자들이 뉴스레터에 발행될 글을 직접 작성 및 상호 피드백하면서 뉴스레터를 함께 만드는 경험을 제공했다. 아쉽게도 모니터링단을 운영할 내부 인력이 부족해서 1기만 운영되었지만, 찐 팬을 만나는 경험이 의미 있다는 것을 몸소 배운 때였다. 모니터링단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뉴스레터를 홍보하는 게시물을 업로드해 줬는데, 돌아보니 이 책에서 이야기한 친구 추천이 이루어진 사례라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