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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디깅하다

당신이 프로토타입보다 먼저 해야 할 것

by 김소울 2023. 12. 10.

출처: YES24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저자는 사람들이 내심 알고 있었지만 마주하기 싫었던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대부분의 신제품은 시장에서 실패한다."

제작자가 아무리 마음에 든다고 해도,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으면 실패작이 된다.

 

이 책은 이러한 가슴 아픈 상황을 맞이하기 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특히 팜파일럿의 사례는 나도 사용하지 않을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은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했다. 제작자는 팜파일럿의 프리토타입으로 나무판자를 마치 진짜 태블릿인 척하면서 들고 다녔다. 이를 통해 진짜 내가 해당 제품이 출시된다면 사용할지 검증하는 과정이 인상 깊다.

 

팜파일럿의 프리토타입 (출처: https://www.blender.nz/2017/05/pretotyping-pretending-prototype/)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도 시키지 말라는 격언이 있듯, 내가 사용하지 않을 제품을 시장에 내놓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용하는 척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살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또한, 저자는 나만의 데이터*를 강조한다. 다른 사람들의 데이터는 내가 원하는 시기와 다른 시기, 내가 원하는 특정 대상과 다른 대상, 내 제품과 다른 제품에게 일어난 일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데이터(=다른 사람들의 데이터)를 가지고 내 제품에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나만의 데이터; 내가 직접 수집한 데이터로써 신선하고, 관련성 있고, 믿을 만하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의미한다.

 

 


"진짜 우리 제품을 좋아할까?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만약 나만의 데이터가 나의 가설을 검증해주지 못한다면 내 제품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해석 가능하다. 반면에 나만의 데이터가 나의 가설을 입증해 준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높은 위치에서 파트너를 모집하고, 투자자를 확보할 근거가 생긴다. 이 부분에서 레퍼런스를 가져와서 디자인, 기획을 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조금 반성하게 되었다.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고객 세분화, 시장 조사를 통한 레퍼런스 체크는 필수라고 여전히 생각한다. 그러나 레퍼런스에 너무 집중해서 진짜 소비자에 대한 관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또한, 현재 운영하는 서비스(뉴스레터)에서 내가 한 행동들이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지 회고하게 도와줬다. 복합적인 이유지만, 크게는 ‘적극적 투자’에 대한 인식 부재와 ‘큰 타깃’으로 보인다. 미래에 비슷한 일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부분을 참고하여, 팀원과 우리 서비스의 타깃을 재고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 투자 지표*도 고려해야 겠다.

*적극적 투자 지표; 시장이 제공하는 내 아이디어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주로 돈을 의미한다. 선결제 주문, 보증금, 연락처, 명성을 적극적 투자 지표로 보는 경우도 있다.

 

 


"프로토타입은 가끔 잔인하다."

저자가 핵심적으로 이야기하는 '프리토타입'은 가성비 넘치는 좋은 시도이면서, 정신 건강에도 좋다. 나의 경우에도 뉴스레터를 운영하기 전에 '나만의 데이터'를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면, 여러모로 덜 고생했을 것 같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불확실성이 크고, 그에 따른 불안감도 크다.

 

(프리토타입 없이)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면, 이 과정에서 드는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잘 견뎌야 한다. 불확실성 회피 성향이 강한 한국 사람들에게 불확실함을 잘 견디라는 이야기는 꽤 잔인하다. 잘 견뎠을지라도 프로토타입의 결과가 실패라면,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프리토타이핑을 잘 설계한다면..."

그러나 프리토타이핑 실험을 실시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는 사람들에게 비교적 쉽고 빠른 검증을 통한 성취감을 제공하며, 스스로가 하는 일에 대한 불확실성을 어떤 방식(폐기 혹은 수정)으로든 줄여줄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프리토타입은 제품이 아닌 자신 위해서도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보인다. 실패할 수 있다면 빠르게 실패하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에도 크게 공감한다.

 

될 놈을 찾는 과정은 마치 인용 수많은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과 유사한 느낌이다. 막연한 아이디어를 숫자가 들어간 구체적인 가설로 만드는 것은 연구에서 ‘조작적 정의’와 비슷하다. 나만의 데이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반복되는 실험이나 실패 이후 아이디어를 수정하는 과정은 연구에서 원하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으면 why와 how를 고민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그래서 시장에 서비스와 제품을 내놓는 사람들은 어쩌면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이기에 앞서 ‘연구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