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를 디깅하다

사이사이 뉴스레터 9: 사이드 플젝에서 인수인계서 작성하는 법

김소울 2025. 5. 5. 10:00

오늘은 2년 동안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운영진 1기, 2기, 3기를 떠나보낸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선 몇 년 전만 해도 사이드 프로젝트가 흔한 것은 아니었다. 교내/교외 동아리에서 진행한 활동들은 인정받는 기관(대학교 혹은 단체)에서 수료증이 발급되지만, 학생들이 직접 만든 사이드 프로젝트는 기관 인정 수료증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팀원이었던 A가 취업 성공 이슈로 팀을 나가면서 '사이드 프로젝트 경험 덕분에 면접에서 잘 이야기했지만, 증명 서류가 없는 것이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주변에서 취업한 케이스가 소수이다 보니, 활동 증명 서류가 취준생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늦게 인지한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뉴스레터는 기록되지만, 내가 이 뉴스레터의 제작자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은 격주 발행되는 뉴스레터 하단에 적혀진 닉네임이 전부였다. 그러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기관은 없었기에 PO인 나는 뉴스레터 운영진 2기 팀원들을 위해 셀프 수료증을 PDF 파일로 만들어서 제공한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운영진 3기는 온라인 명함을 디자인해서 발급해 줬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일 때 팀원이 교체되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인수인계이다. 떠나는 사람 입장에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흔히 사용하는 이누야샤 가영이 짤처럼 신속하게 떠나고 싶고, 들어오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1인분은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 혹은 '내 업무를 누군가 잘 알려주겠지'라는 기대감을 가진다. 남아 있는 팀원 입장에서는 떠나는 팀원들이 알잘딱깔쎈하게 자신의 업무를 잘 기록해 두고, 신규 팀원들은 빠르게 적응해서 1인분을 하는 것을 원한다.

 

돈으로 고용 관계를 맺은 회사에서는 인수인계에 대한 책임감이 그나마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팀원 이탈 사유는 주로 현생을 위해서이므로, 나가는 팀원이 프로젝트에 가지는 책임감과 애정이 적은 상태이다. 운영진 1기의 이탈 당시에 이를 깨닫고, 최악의 상황을 막고자 우리 팀은 리크루팅 프로세스를 구성할 때부터 인수인계 주간을 만들었다. 운영진 2기부터는 6개월 혹은 1년이라는 활동 기간을 정해뒀기 때문에 팀원이 교체되는 일정이 비교적 예측 가능했다. 그래서 팀원들이 나가기 1~2달 전부터 리크루팅을 시작하여, 합격자 OT부터 뉴스레터 스터디, 인수인계 주간에는 기존 팀원 + 신규 팀원이 함께하는 대규모(혹은 대환장) 팀이 된다.

 

인수인계서 일부

 

인수인계를 잘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모든 팀원들이 인수인계의 중요성을 느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왜 인수인계를 작성해야 하는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었고, 나는 인수인계에도 HOW / WHO / WHAT / WHY가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노션 페이지를 생성하여 '왜 인수인계서를 작성해야 할지', '누가 작성해야 할지', '무엇을/어떻게 작성해야 할지'를 구분하여 써내려 갔다. 그리고 남아있는 운영진을 주축으로 향후 뉴스레터의 지향점이나 할 일(TO DO)과 하지 않을 일(NOT TO DO)을 정리했다.

 

참고로, 당시에 내가 생각한 '왜 인수인계서를 작성해야 할까?'에 대한 답변은

1) 사람이 바뀌어도 사이사이 뉴스레터가 같은 분위기로 구독자(틈틈이)에게 제공되기 위해

2) 새로운 운영진이 해당 업무를 원활히 인수인계받기 위한 배려

3) 다른 운영진들이 새로운 운영진이 어떤 일을 인수인계받았는지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충하기 위해서

4) 자신의 업무를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원활히 해주는 것은 본인이 그동안 사이사이에 투자한 것들에 대한 마지막 책임

이었다.

 

실제로 디자인 팀에서 작성한 인수인계서 일부

 

다음으로 인수인계서를 작성하기 이전에 모든 팀원들이 본인이 맡은 업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도록 했다. 우리 팀은 '업무 가이드라인'이라고 불렀는데, 1) 각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으며 2) 갑자기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생길 때를 방지하여 다른 팀원들이 일을 보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용도였다.

 

디자인 팀 업무 가이드라인 일부

 

인수인계 관련 레퍼런스를 찾는 과정에서 '업무인수인계표'와 '인수인계서'의 존재를 알게 되어, 노션으로 간단한 인수인계표와 인수인계서 양식을 만들어서 팀원들에게 사용 가이드와 함께 공유했다. 

 

사용법은 아래와 같았다.

  • 부서별로 인계자(담당자)가 작성 완료할 것
  • 인수자(새로운 운영진)가 들어오면, 인수인계 계획서에 있는 내용들을 언제 인수인계할지 논의하여 인수인계 날짜를 페이지 내 [인수인계 계획서]에 기입할 것
  • 인수인계 날짜에 각자 인수인계를 원활하게 마치고, 인수자(새로운 운영진)가 인수인계 내용을 모두 숙지했다는 의미로 체크박스에 직접 체크하도록 도와줄 것
  • 23년 4월 이후 사이사이 운영 중 인수자가 추가로 궁금한 점이 생기면 인계자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으니 미리 양해를 구함

또한, 인수인계를 하다 보면 사소한 업무는 깜빡하고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업무의 진행 상황과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적을 것을 요청했다. 떠나는 팀원들이 성실하게 인수인계서를 작성하고 실천해 준 덕분에 나를 비롯해서 남아있던 팀원들은 새로운 팀원이 어떤 것을 알고, 어떤 것을 모르는지 파악하기가 수월했다.

 

돌이켜보니 사이드 프로젝트였지만, 나의 학부 생활 마지막에 기억이 남을 활동으로 만들고 싶었던 만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고민하고 일하는 방식은 기업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것들을 레퍼런스로 참고하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실제로 3기 운영진과 뉴스레터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조직문화 관련 오픈채팅방 내 현직자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팀 빌딩 서적을 많이 찾아 읽은 적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글에서 풀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