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는 언제까지 공부해야 할까?
서비스 기획자 직무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기획자 오픈채팅방에서 추천받은 기획 관련 책을 몇 권 읽어보는 중이다. 결론적으로 책 [기획자의 습관]은 기획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생각보다 손이 안 가서 묵혀두었던 책이었는데, 감기가 걸려 휴식을 취하기로 한 하루 만에 다 읽어버릴 정도로 가독성이 괜찮았다.
알고 있던 것들도 보다 명확하게 알려주고, 기획자가 되고 싶지만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야 할지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가이드를 제공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거리를 지나갈 때, 이어폰을 끼지 않을 것"
저자는 기획자라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선을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어폰 없이 거리를 걷는 것을 추천한다. 이어폰 없이 거리를 관찰하게 되면 사람들의 분위기, 유행하는 음악, 사람들이 패션으로 몸의 어디를 얼마나 강조하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나는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마트에 갈 때도 이어폰이 없으면 마음이 불편한데, '왜 이어폰이 없으면 내 마음이 불편할까?'를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 말을 걸어올 것에 대한 걱정과 함께 익숙한 거리를 걷는 것이 지루해서 음악을 들었던 것 같은데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가끔 이어폰 없는 거리, 이어폰 없는 버스 환경을 즐기는 법도 연습할 필요가 있겠다.
"기획자가 되려면 끊임없이 공부하고, 체득한 지식을 정리할 것"
CASE STUDY 강사님이 해준 말씀과 비슷한데 어떤 일이든 공부든 기획자는 정리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획자는 필요한 정보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지 내가 가진 정보를 잘 꺼내 쓸 수 있도록 정리해야 하고, 불필요한 정보는 정리하는 과감함이 있어야 한다. 아주 짧은 대화였을지라도 기획과 관련되어 있다면 빠짐없이 정리하는 것이 좋다. 현직 기획자들을 만나면 다들 기획자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점이 좋으면서도 힘들다고 하던데, 저자도 이 지점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지난 2년 동안 운영했던 뉴스레터 회고를 작성하면서 이 책을 읽었기에 이 부분에서 회고의 중요성이 떠올랐다. 어떤 일을 하든지 늦어도 1주일 안에 나의 생각과 감상을 정리하는 습관이 좋다. 바쁘다는 핑계로 회고를 미루면 나의 기억은 새로운 사건으로 인해 희미해지면서 회고의 진가가 드러나기 어려워진다. 회의가 끝나면 항상 그날의 안건과 결론/앞으로 할 일 등을 정리하여 팀원들에게 공유했던 행동이 잘 습관화되었지만, 회고의 경우에는 지금보다 더 자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기획자가 되고 싶다면, 정보를 생산하는 순간부터 정리를 염두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이는 회고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기획의 반 이상은 공부"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끊임없이 반성하고 수용하고, 겸손해야 한다. 새로운 기획은 새로운 공부, 새로운 말할 거리를 통해서 나타나기 때문에 기획자라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을 하기 위해서는 문헌 연구, 인터뷰, 소비자 조사, 토론, 발제 등의 공부를 할 수 있는데 저자는 인터뷰를 잘 하는 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약 3년 간 인터뷰 편집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해당 부분을 흥미롭게 읽었다.
제대로 된 인터뷰는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1. 해당 주제, 인터뷰이와 관련해서 아주 사소한 것(성격, 취향, 취미, 가족 관계 등)이라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함
2. 경쟁자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고, 알아도 모르는 척 질문해야 함
3. 인터뷰 내용은 영역별로 구조화해야 함(큰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세부 내용 전개)
4. 인터뷰 장소가 미리 정해진 경우, 내가 먼저 가서 유리한 자리에 앉아야 함
다행히도 인터뷰할 때 질문을 제시하는 순서라든지, 인터뷰 장소에서 인터뷰이를 앉히는 위치 기준 등이 내가 준비했던 인터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더 구체적으로 인터뷰이에 대해 공부해야 하며, 상대방이 실제로 한 말이 아니라 비슷한 생각을 내세워서 이야기하는 허수아비 오류를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인터뷰는 편집도 중요하지만, 인터뷰를 기획하는 과정도 굉장히 품이 많이 들고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그리고 광고가 예산 집행의 일부이기 때문에 기획자가 광고를 분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놀란 부분이었다. 취업준비생의 입장에서 광고 분석은 마케팅 직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온전한 영역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모든 광고는 합당한 논리와 전략이 담겨 있기 때문에 고객/내부 기업 관점에서 광고에 대해 분석하는 것도 기획자가 해보면 좋다는 것이다. SKT AI 서비스 기획 CAMP에서 만난 AI 서비스 기획자분도 대외활동으로 마케팅 공모전에 많이 나갔는데, 그게 꽤 도움이 되었다고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는 일목요연하게 기획자가 가져야 할 습관 A to Z를 알려주는 책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책 [기획자의 습관]은 저자가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가되, 기획자에게 좋은 습관 몇 가지를 짚어주는 방식이라서 시간이 부족한 사람의 경우에는 발췌독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